유전성 말초신경질환의 선구자, 신경과 최병옥 교수

다 내 잘못이야, 내 탓이야. 자식들이 그런 것은…
선생님 제발 저 병의 이름만이라도 알려줘요.
내가 죽기 전에 알고 죽었으면 소원이 없겠어…

충청북도의 한 외진 두메산골마을에서 불끈 쥔 주먹으로 가슴을 치면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눈물을 뚝뚝 흘리던 한 할머니를 마주한 젊은 의사는 이내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리고는 두 손을 꼭 잡고 말했습니다 

네 할머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생님을 믿는다.’는 할머니를 뒤로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당시 대학병원 전공의였던 이 젊은 의사는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병의 진단명을 밝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후 1년에 집에서 쉬는 날이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큼 모든 시간을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7년만에 분석에 성공하여 질환명을 알아냈습니다. 희귀 유전성 말초신경질환의 일종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했을 때 이미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난 뒤였습니다.
 
그로부터 20년 뒤, 이 의사는 국가지정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 Biolo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에서 지정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선정되었습니다. BRIC은 국내 생물학분야 전문정보의 구축과 학술연구활동 및 국제간의 학술교류 증진에 기여하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된 우수 논문 제출자를 그 달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로 선정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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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 홈페이지에 게재된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 최병옥 교수


2015 11월에 이어 2016 4월에 재선정되면서, 임상의사로서 무려 2년 연속으로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는 바로 말초신경계질환의 세계적 권위자인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 말초신경·근육질환팀 최병옥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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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 근육 위축 및 안면 마비 유발 새 유전질환 최초 규명 등
세계 최초로 밝혀낸 말초신경계 질환만 11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말초신경계 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우리 몸의 신경계는 크게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나뉩니다. 중추신경계는 뇌와 척수를 말하며, 말초신경계는 뇌에서 나오는 12쌍의 뇌신경 및 척수에서 나오는 31쌍의 척수신경을 말합니다. 이러한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바로 말초신경병입니다.
 
최병옥 교수는 김병준·민주홍 교수와 함께 말초신경·근육질환팀 소속으로 유전성 및 후천성 말초신경질환, 그리고 샤르코마리투스병 (혹은CMT라고 칭함)을 주로 보고 있습니다.
 
말초신경계 질환은 대부분 희귀질환이며, 종류가 아주 다양하고 많습니다. 희귀질환은 종류만 1만개가 넘죠. 일례로 샤르코마리투스병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약 300만명, 국내는 약 1 8천명 정도 됩니다. 타 질환에 비해 환자 수는 적을지 몰라도, 실제 우리 병원에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환자들 대부분이 주로 손발이 저리거나, 팔다리 쪽에 힘이 약해지는 등 초기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오기 때문에 신경과, 그 중에서도 말초신경·근육질환팀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약 2만개 정도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말초신경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1개에서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로 인하여 불량 말초신경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점차적으로 쌓이면서 생활에 많은 장애를 일으키게 됩니다. 팔·다리 근육이 위축되어 이로 인한 보행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는 성대 및 호흡근 마비로 인해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 있죠. 뿐만 아니라 시신경 장애에 의한 실명, 청각신경 장애로 인한 보청기 사용과 인공와우수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20%에서는 돌발성으로 본인부터 생기는 경우도 있는 질환인 만큼 그런 증상들이 어떤 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 진단하고, 신경에 문제가 있다면 어디에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등을 결정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말초신경이나 근육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에 의한 신경학적 진찰입니다. 경우의 수를 최소로 좁혀 필요한 검사를 통해 찾아나가는 거죠. 그렇기에 이 분야만큼은 전문가가 더더욱 필요한 겁니다.”
 
말초신경계질환 관련 논문만 200편 이상을 저술하였고, 미국특허를 포함한 많은 국내외 특허등록 및 기술이전을 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젊은 날 최병옥 교수의 치열했던 날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유전질환을 세계최초로 밝혀내고 미국 NIH산하 OMIM 웹사이트에 한국인 최병옥 교수팀이 발견한 새로운 질환으로 등재된 질환만 11개에 달한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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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보건원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산하의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NCBI) 에서 운영하는 OMIM (Online Mendelian Inheritance in Man) 웹사이트에 새로운 질환명(CMT4B3 및 PNMHH)과 질환번호(#615284 및 #614369)를 부여받고 각각 한국인이 발견한 새로운 질환으로 등재됨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통합적 환자 지원 및 관리시스템이 절실
절망보다 희망을 서로 나누기 위하여 환우모임 결성

타 질환대비 환자의 절대적인 수치가 적다 보니 희귀질환 환자들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선뜻 같이 동참하려는 의료진도 없었지만,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최병옥 교수는 묵묵히 그 길을 걸었습니다.
 
무엇보다 환자들을 위해 의사로서 해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늘 고민했습니다.
 
희귀한 질환이고 현재 치료약이 없지만 환자들을 위한 통합적인 지원 및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진료를 보던 환자분들에게 모두 직접 손편지를 썼습니다. 환우회를 열기로 한거죠. 뚜렷한 치료방법은 없었지만 이렇게 의료진과 환자가 한데 모여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이야기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병원 안의 작은 방을 빌려서 개최했는데, 제주도에서 비행기 타고도 오시고, 산골에서 전날 오셔서 하루 자고 오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힘드실 텐데도 이렇게 환우분들과 한 번 만나면 돌아가실 때 좋아하시더라고요. 지금까지 12년째 환우모임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어진 환우협회는 2012년 사단법인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실제 환우협회 이사장을 맡고 계시는 환우분과는 20년 이상 의사와 환자로서 인연을 맺어올 만큼 환자에 대한 최병옥 교수의 애정은 세월의 깊이만큼 헤아릴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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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말초신경계 질환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다.
국제 공동연구 및 아시아 연구모임 추진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치료제 개발에 주력할 것.

20년간 외롭게 걸었던 길이지만, 최근에는 최병옥 교수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무엇보다 희귀질환 환자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치료약입니다. 말초신경질환의 연구 분야가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블루오션으로 인식되면서 많은 치료약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보건복지부에서 희귀질환치료법 개발을 위한 중개연구센터로 선정되어 대형 연구비를 지원받아 치료법 개발에 관한 사업을 이끌 수 있었고, 2014년에는 말초신경질환에 대한 치료법 연구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전국의 각 대학의 교수님들과 연구원들을 모시고 말초신경질환 연구회를 한국에서 최초로 발족하였고, 제가 초대 회장으로 선임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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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신경질환 연구회 발족식

하지만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바로 치료법 개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유전질환에 대한 치료약은 없지만 환자의 약 50%에서 유전이 되는 만큼 사전에 유전상담 및 착상전 유전진단을 통해 부모에게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자손에게 대물림 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근본적 치료법 개발을 위해 환자의 피부세포에서 줄기세포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유전자변형 쥐를 만드는데 성공하면서 치료약 개발에 관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6년에는 세계 최고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 함께 보건복지부 과제에 선정돠어 근본적인 치료법을 제공해 있는 혁신적인 생명과학 기술인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희귀 말초신경질환에 대한 새로운 맞춤형 치료법 개발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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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옥 교수와 연구진

 희귀유전질환에서 치료약을 개발한다는 것은 직접 해보니까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치료법 개발 연구를 하고 있는 모든 나라 연구자들의 공통된 경험일 것입니다. 그래서 국가를 넘어선 국제 공동연구가 필요합니다. 누가 개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치료제 개발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치료제 개발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국제 공동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치료제 개발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및 호주 연구진들과 말초신경계 질환의 발병기전, 신약개발 및 줄기세포 치료법 개발과 관련해 공동연구를 진행하여 성과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2014년과 2016년에 일본신경과학회에 초청되어 CMT 연구에 관한 초청강의를 하는 등 국제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유전질환의 경우 동양인과 서양인의 다른 특징이 있기 때문에 아시아 각국의 연구자와 연합하여 아시아 연구회 혹은 협회 창립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일환으로 2015년에는 파키스탄에 있는 대학과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가 MOU를 맺기도 했죠.”
 
일반적으로 동양인과 서양인에서는 유전자 변이가 다른 특징이 있기 때문에 유전질환은 아시아인들과 서양인들에서 다르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인 환자들은 서양인들과는 다른 임상 양상을 보이지만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 및 중국 등 과는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는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모임 및 협회창설 등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각국(일본, 중국, 몽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이란 및 파키스탄 등)의 연구자들과 긴밀히 연합하여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회 발족 및 공동연구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병옥 교수는 꼭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임상의사로서 환자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꼭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습니다.

한 할머니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시작된 길, ‘희망을 찾아볼 수 없었던 절망의 불모지에서 그가 다져온 20여년의 세월은 환자들을 희망으로 이끄는 이정표가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최병옥 교수와의 만남이 환자들에게 운명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희귀난치질환이라고 여겨졌던 말초신경계 질환과의 전면전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최병옥 교수에게서 하루빨리 승전보가 들려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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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on "유전성 말초신경질환의 선구자, 신경과 최병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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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항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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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정보감사합니다..

김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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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병원은 안가봤는데 CMT같아요 ㅠㅠ 막막합니다 ㅠㅠ

장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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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에 살고있는데 21세 딸이 있어요
발의 모양이 아치가 마니 굽어서 그냥 다른사람보단 마니 굽었다고만 생각했어요
근데 자꾸넘어지고 무릎이 수시탈골이 잘되어서 무릎수술을 하러갔는데 발을보시더니 서울을 가보라고 하는군요
정확한 진단을 받고싶은데…

최민아
Guest

저희 아빠가 작년에 CMT를 진단받고,, 수시로 진료를 받고있던중.. 얼마전부터… 증상이 눈에 띄게 보이고있어…
지난주에는 입원까지 했었습니다… 윗글을 읽으니… 저희아빠도 희망이란 단어가 보이네요…^^
꼭,, 치료약이 개발됬음 좋겠어요… 증상을 늦추는 획기적인 무엇가가 많이 생겨났음 좋겠습니다…
저희아빠가 희귀병에 걸렸다니… 너무 안타깝고 가슴아픈 현실.. 받아들여지기가 쉽지않은 요즘입니다..
꼭,, 희망을 주시고,, 조금은 더 나중에… 조금은더…. 서서히..
교수님을 비롯해 모든 연구원님들 화이팅하십시오.. ^^

김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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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 말초신경병증 치료약은 화이자제품인 빈다켈말고 약이 없는지요
지금은 리리카만 복용중입니다
메일 회신부탁드림니다
Kimbj53@hanmail.net

배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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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살고있고길랭바레진단 4개월째입니다 면역글루불린1차5회했고현재스테로이드복용중입니다 회복속도가 너무 느리다는데 어떻게해야할지 막막합니다

배금옥
Guest

처음증상은 양쪽팔과어깨에 심한통증이있었고 1주일후쯤 오른손마비가왔습니다 지금은 통증응 약하게남아있고 손은 여전히펴지지않습니다 담당교수님들을 믿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마음에 문의드리니 제발 도와주세요

김수경
Guest

시신경척수염으로 최병옥 교수님께 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사정상 삼성서울병원에서 연고지 병원으로 와 재활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저 또한 교수님께 희망을 얻고 자신감을 얻고 따뜻한 말 한말씀 한말씀에 무한 신뢰를 합니다. 항상 늘~빠짐없이 오셔서 저의 몸상태, 병상태를 일일이 직접 체크하시고 불편한 곳을 살펴주시고 따뜻하게 희망적인 말 한디를 해주심에 늘 감사합니다. 너무 인자하신 모습에서 많은 위로도 되었습니다.
일이 있어 중환자실에 갔어도 늘 찾아오셔서 일일이 제 상태를 보살펴주심에 또 감사를 드립니다.
제 병에 관해서도 잘 치료해주셔서 감사의 말씀올립니다.
바삐 지방으로 내려오느라 감사의 인사를 못하고 내려오게 되어 정말 죄송할 따름이고
교수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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