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뇌사 장기기증자 홍윤길의 아빠입니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16년의 끝자락, 어김없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장기이식인 송년회가 열렸습니다. 10년 넘게 꾸준히 진행해왔기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당연한 행사지만 이번 연도에는 조금 더 특별했습니다.

 

기증자 가족분들을 초정한 첫 송년회였기 때문이죠.

 

 

|삼성서울병원에서 개최된 2016년도 장기이식인 송년회

 

“보통 보호자들은 깊은 슬픔에 장기이식센터에서 연락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초청하여도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였죠. 그런데 우연하게 홍우기 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저를 알아보시고 반갑게 인사해주셨고, 마침 장기이식인 송년회를 준비하고 있을 때라 말씀드리니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이에 다른 보호자께도 용기 내어 연락을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총 10명의 가족분이 참석해주셨습니다. 그리하여 매우 의미 있고 감사한 송년회를 진행하게 된 것이죠. “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차소라 코디네이터-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자랑스러움이 쌓이고 쌓인 이곳. 깔끔한 정장 차림의 노신사가 장기이식인들 앞에 섰습니다. 바로 뇌사장기기증자 윤길 씨의 아버지 홍우기 님 입니다.

 

 

 

 

홍우기 씨는 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습니다. 딸은 출가하였고, 아들도 장가를 보내기 위해 상견례를 1주일 앞두고 있었습니다.

 

마침 주말이어서 밤 늦게까지 컴퓨터를 하던 아들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119에 전화를 하고 구급차를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 길었습니다. 5분이면 오는 거리인데 그날따라 30분이 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운명의 장난처럼 가까운 지역의 구급차는 마침 다른 곳에 출동하였고, 다른 지역 구급차가 출동을 하였는데 새벽이라 아파트 정문을 찾지 못하고 닫혀있던 후문에서 헤멘 것입니다.

 

 

아들 홍윤길 씨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수술실에서 의료진이 나왔습니다. 수술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아들이 살아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입니다.

뇌출혈로 인한 뇌사였습니다.”

 

-기증자 윤길 씨의 아버지 홍우기 님 수기 발표 中-

 

 

 

홍우기 씨는 목숨보다 귀한 아들의 뇌사 상태를 마주하며 불현듯 20년 전 친동생을 떠올렸습니다.

 

역시 뇌사로 세상을 떠난 친동생은 평소 입버릇처럼 장기기증을 말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장기기증은 생각지도 못했고 장례를 치르고 난 후에야 그냥 보낸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을 말이죠. 아들까지 허무하게 한줌 재로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장기기증을 한다면 아들의 일부가 이세상 어딘가에 살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과 20년 전 동생 일이 떠올라 결심은 쉬었습니다.

 

그러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멎는다면 장기기증은 할 수가 없습니다.’ 라는 코디네이터의 말에 중환자실 면회를 간 홍우기 씨 부부는 아직 따뜻한 아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습니다.

 

 

 

그 깊고 깊은 마음이 전해진 걸까요. 윤길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그렇게 기증자 홍윤길씨는 6명의 말기 장기부전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였습니다.

 

 

 

 

아들이 간 후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공허함과 상실감. 차라리 아들을 따라가야겠다고 맘먹은 날들.

 

아무 의미 없는 인생의 끝을 채워가고 있을 때 좌절을 듣고 일어설 수 있었던 계기는 부부의 손을 잡아준 한국장기기증원 식구들과 생명의소리합창단입니다.

 

※생명의소리합창단은 장기기증자 유가족, 이식을 받은 수혜자, 수술을 담당한 의료진, 장기기증 코디네이터 등 생명 나눔에 동참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만든, 단 하나밖에 없는 합창단입니다.

 

 

“알고 지내던 다른 유가족으로부터 합창단을 권유받았을 때는

아들을 보낸 죄인이 무엇이 기뻐 노래를 부르겠냐고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이식을 받아 건강하게 살아가는 수혜자들을 만나면서 많은 위로를 받게 되었다는 말에 마음을 돌렸습니다.

 

내 아들의 장기를 받은 사람들도 저렇게 열심히 잘 살고 있겠지. 처음 얼마동안은 합창 연습을 하다말고 아들 생각이 나서 밖으로 뛰쳐나가 한참을 울다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함게 울어주고 등을 두드려준 단원들과 슬픔을 나누고 희망을 노래하며 치유하고 있습니다.”

 

 

 

홍우기 씨는 아들이 남겨 놓은 유품을 물려 받아 쓰고 있습니다. 양말과 와이셔츠, 핸드폰 마저도 말입니다. 리고 그는 매일 아침 온라인 상의 장기기증 문의에 댓글을 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저는 이제 단 하나만을 바랍니다.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분께서 남은 세월동안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길, 그리고 제가 이렇게 용기낸 만큼 제 아들의 사이버 추모관에 가서 고맙다는 한 마디만 보내주길 말이죠.”

 

-기증자 윤길 씨의 아버지 홍우기 님 수기 발표 中-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에 마련된 기증인 명판의 아들의 이름을 쓰다듬는 홍우기 씨의 모습

 

 

“몇일 전 오늘의 행사를 의논하려고 이곳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를 찾은 저의 눈에 뇌사장기기증자 추모 명판이 보였습니다. 아들을 비롯한 많은 기증자들의 명판 앞에서 다시 한번 숙연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고 세심한 배려를 해준 삼성서울병원에 감사를 느꼈습니다.

 

저와 제 아내는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죽음을 맞는다면 꼭 뇌사가 되어 장기기증을 할 수 있게 해주시고, 늙어서 장기를 쓸 수 없다면 김수환 추기경님처럼 각막이라도 기증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건강하게 사시는 것만이 기증자에게 보답하는 길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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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후에도 지속적 관심으로 케어합니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최고의 의료진을 갖춘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본원 블로그에서 ‘장기이식’을 검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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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on "저는 뇌사 장기기증자 홍윤길의 아빠입니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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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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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가족들을 잊지 않고 따듯이 챙겨주시는 삼성서울병원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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